(제 7 회)

제 1 장

7

 

돈암동 주택가에서 자기의 변호의뢰자를 만나고 나온 성옥은 생각에 옴한채 걷고있었다. 방금전에 만났던 의뢰자의 말에 대해 생각하다가 갑자기 동호의 일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또 서병호의 살기띤 눈동자가 비껴들기도 했다.

성옥의 눈동자엔 피곤이 짙게 실려있었다. 어제 밤 꼬박 밝힌 성옥이였다. 서병호라는자에게서 받은 불안한 느낌을 도무지 털어버릴수가 없었던것이다.

잔뜩 흐렸던 하늘에서 보슬보슬 가는 눈발들이 내리고있었다. 눈송이들은 길우에 닿자마자 녹아버리며 가뭇없이 자취를 감추군 하였다.

공원을 빠져나와 뻐스정류장으로 간 성옥은 종로쪽으로 가는 뻐스에 올랐다. 뻐스안은 만원이였다. 그는 또다시 동호에 대해 생각했다. 어떻게든 그를 만나 형편을 알려주고싶었다.

사람들과 가로수들이 멀어져가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그의 눈앞에 서울역사앞에서 보았던 선아의 모습이 펀뜻 떠올랐다. 자기와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당황해하며 눈길을 피하던 그 모습…

분명 그는 자기를 보았었다. 서울에 오면 만사를 제치고 자기부터 찾아올것이라고 생각했던 성옥은 그가 며칠이 지나도록 찾아오지 않는것이 의문스러웠다.

문득 대학시절에 그와 류다른 인연을 맺던 일이 떠올랐다.

그들은 대학의 문학써클에서 알게 되였다.

어느날 써클에 모인 학생들은 전통에 반발하는 극단적허무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토론을 벌리고있었다.

한 학생이 어느 외국소설을 읽고 선한 본성을 갖고도 사회에 나가면 악인이 되여 정신병원으로 돌아오군 하는 주인공의 운명을 론하며 인간구원의 가능성을 부정한 자살자의 문학일뿐이라고 지적하고있을 때 선아가 들어왔었다. 늘씬한 몸매에 눈동자가 류달리 검은 처녀였다.

그때 누군가가 선아쪽을 가리키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애 어머니는 양공주래.》

《양공주?》

그때부터인가 교내 학생들속에서 선아에 대한 상서롭지 못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알수 없는 사생아라느니, 품행이 방종한 어느 과부의 딸년이라느니 지어는 어머니가 미군기지촌의 유곽인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백인의 깔개노릇을 한 창녀였다는 등의 추문이였다.

하지만 성옥은 그런 험담을 믿고싶지 않았다.

성옥은 다른 동료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 그를 보며 뭔가 사연이 있는것이라고 생각하고 은근히 마음을 써주군 하였다.

선아는 그런 그를 고맙게 여기며 차츰 정을 주기 시작했다. 어느날에는 성옥에게 자기뒤에서 돌아가는 소문이 어떻게 생겨난것인가를 이야기해주었다.

해방전 미모가 빼여난 그의 어머니는 사당패에서 노래를 팔며 살았다고 한다. 해방후 여러 사람의 중매로 아버지를 만났지만 교육자였던 아버지의 부모들은 떠돌이노래패였다느니, 과거 행실이 어떤지도 알수 없거니와 지금 같은 란세에 제일먼저 무너지는것이 미인의 정조라며 난색을 지었다.

아버지는 《란세라니요, 해방이 되였는데 그게 웬 말입니까?》 하며 펄쩍 뛰였다. 그리고 완고한 부모들을 끝내 설복해내고말았다.

약혼식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손거울을 주며 《난 당신의 과거를 다 모른다. 하지만 앞을 보며 살자. 해방된 땅에 살게 될 후대들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자.》고 하였다.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모양은 점점 란세라고 하던 부모들의 예언을 되새겨보게 하였다. 해방의 모든 꿈은 미군정의 군화에 처참하게 구겨졌다. 생존권을 위한 투쟁에 참가했다가 감옥에 들어갔던 아버지는 옥사하고말았다.

식모살이며 잡부노릇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어머니는 곤난을 못이겨 다시 노래를 팔며 살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취직시켜준다는 뚜쟁이의 거짓말에 속아 미군기지촌에 들어갔었다.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나올수 없다고 하여 《턱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곳이였다. 어머니는 거기서 벌어지는 추악한 행위에 경악하지 않을수 없었다. 탈출을 시도하던 어머니는 미군의 왁살스런 손에 잡혀 폭행을 당하고 수치를 당하였다.

간난신고끝에 어머니는 탈출에 성공할수 있었다.

선아는 어머니의 기구한 운명을 생각하며 눈물이 글썽하여 말했다.

《어머니는 괴로와했다. 한때의 실수로 빚어진 불행은 일생 어머니를 괴롭혔어. 순정을 바쳐온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긴 그때문에 어머니는 더욱 괴로왔던거야.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 내 가슴은 찢어질듯 아팠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미워나기 시작했다. 어느날 난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말했어. 무엇때문에 어머니를 괴롭히느냐고…》

그 말을 들은 성옥은 그의 어머니가 겪어온 불행을 생각하며 함께 울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성옥은 양공주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많은 녀성들이 륜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력사적과정이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해방되던 해 미군이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동족의 녀성들이 외국병정들과 접촉하는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지어 《련합군환영식》때 한 녀자가 미군앞에서 노래를 부르자 관중속의 남녀모두가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야유와 욕설이 퍼부어지고 노래는 끊기고말았다.

하지만 그후 이 땅우에는 그보다 더 슬픈 현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전후 기아에 견디다 못해 미군부대에서 내다버린 음식찌꺼기를 얻어먹으려 기지주변에 모여든 피난민들가운데는 전쟁으로 홀몸이 된 부녀자와 고아들이 많았다. 차츰 미군을 상대로 하는 클럽에 나가는 녀자들이 생겨났다.

후날 미국 웨슬리대학 교수는 저서 《동맹속의 섹스》에서 《한국정부는 미군이 한국주둔군철수문제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이들에게 아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매일 밤 미군장교들을 위해 기생파티가 열리였다. … 미군은 그것을 너무 좋아했다.》고 썼다.

미국인들에게 이 땅의 녀자들은 한갖 전리품에 불과했다. 1960년대에 들어와 수많은 기지촌에서 미군에게 봉사하며 살아가는 녀인의 수는 훨씬 늘어났다.

《정부》는 미군의 성욕해소가 《한미우호》를 두터이 한다고 믿었던것이다.

물론 《륜락행위방지법》이란것이 제정되였으나 미군부대와 그 주변의 넓은 지역을 특정지역으로 설정하여 성매매단속에서 면제시켰다. 박정희《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기지촌은 더 늘어났다.

당국이 직접 나서서 《굴뚝없는 산업》을 장려하며 《딸라버는 애국자》들을 교육하였다. 해방후부터 생겨난 혼혈인수는 1970년대에 들어와 만명선을 훨씬 넘어섰다고 한다.

당국자들은 식민지체제의 유지를 위해 수난을 당한 불쌍한 녀인들의 항변에 언제나 미군병사들의 편을 드는것으로 대답하였다. 알몸에 뼁끼칠을 당하고 쫓겨나거나 폭행을 당한채 시궁창에 구겨박혀도 하소할 곳이 없었다. …

분노한 성옥은 어느날 대학에서 있은 집회때 연단우에 올라 이 땅의 녀성들이 당해온 수난의 력사에 대하여, 외국병정들에게 동족녀성들의 정조까지 팔아넘기며 혜택을 보장해주는 법률의 부당성에 대하여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이른바 《법》의 보호까지 받아가며 감행된 미군범죄로 한 녀성의 운명이 어떻게 짓밟혀왔는가를 이야기했다.

군중속에서는 흐느낌소리며 분노에 떠는 목소리들이 울려나왔다.

집회가 끝난 후 성옥을 찾아온 동료들은 그 녀성이 누구인가고 울먹이며 물었다. 성옥은 동료들에게 그는 우리가 정을 주기 꺼려했던 한 동료의 어머니였다고 말해주었다.

그때 누군가의 흐느낌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리였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운채 쭈그리고 앉은 선아가 어깨를 떨며 울고있었다.

손가락짬에 맺혔던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동료들은 부끄러워하였다. 그들은 와락 선아를 껴안으며 용서를 빌었다.

선아는 눈물을 닦으며 성옥의 앞으로 다가갔다.

《성옥아, 너를 잊지 않겠다.》

두 처녀는 서로를 꼭 부둥켜안은채 볼을 맞비비였다.

《선아야, 우리 떳떳이 머리들고 살자.》

《고맙다. 우리 헤여지지 말자. 난 항상 네곁에 있고싶어.》

이렇게 맺어진 성옥과 선아의 우정이였다.

그런 우정일진대 헤여져 산 몇년이라는 시간이 다 앗아가버렸단 말인가.

아니, 선아는 정을 그렇게 쉽게 내버릴 처녀가 아니였다.

상념에서 깨여난 성옥은 자기가 그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를 만나면 혹시 동호와 련계를 취할수 있는 방도도 찾을수 있을것 같았다.

성옥은 우선 전에 선아와 련계를 가지고있던 한사람을 찾아가볼 결심이였다. 그 사람은 안국동의 어느 골목에서 시계수리방을 차려놓고있었다.

마침 뻐스가 안국동근처에서 멎자 성옥은 서둘러 내리였다. 기억을 되새기며 동사무소옆을 지나 골목길을 따라 한참 걸으니 점포들이 쭉 늘어서있었다.

그는 낯익은 시계수리방으로 들어갔다.

확대경을 끼고 손목시계를 수리하고있던 사나이가 고개를 쳐들었다. 자기가 찾는 그 사람이 분명했다.

《아저씨, 옛날 시계를 받지 않겠나요?》

이 말은 그들사이에 쓰던 약속된 은어였다.

《미안하지만 요구하는 사람이 없어놔서…》

틀림없이 이전에 몇번 련계를 가졌던 사람인데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고있었다.

그리고는 자기와는 상관이 없다는듯 머리를 숙여버렸다.

할 말을 잃은 성옥은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오지 않을수 없었다.

문밖에서 잠시 서성거리다가 무심결에 창문안을 들여다보니 시선을 부딪친 사나이가 당황한듯 고개를 돌리는것이였다.

다시 들어간 그는 사나이에게 직방 들이댔다.

《왜 나를 외면하는거예요, 정말 나를 모르겠어요?》

《나를 찾는가요. 처음 보는 손님 같은데 시계를 맡기려우?》

사나이는 요지부동이였다. 지어 불쾌해하는것이 알리였다. 별수없이 그냥 돌아서고말았다.

그후 성옥은 단념하지 않고 신문사, 연구소, 회사 등 여러곳을 다니며 연고가 있는 사람들을 더러 만나보았으나 시계수리방주인과 다를바없었다.

지어 어떤 사람은 수위를 불러 내쫓기까지 하였다.

(모두 나를 믿으려 하지 않는구나.)

어제날 자기를 반기며 친형제마냥 대해주던 그 모습들은 어디서도 볼수 없었다. 그들과 자기사이에 너무 큰 간격이 생긴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락심한 성옥은 자기가 무엇때문에 이런 힘든 걸음을 하는가 생각해보았다.

다만 옛 동료들에 대한 의리때문일가? 아니면 남의 불행을 외면할수 없는 량심?

대체 무엇때문인지 알수 없었다. 혹은 그 모든것때문일수도 있었다.

어느 거리를 지나며 늘어선 포장마차들을 바라보던 성옥은 무춤 걸음을 멈추었다.

분명 선아와 비슷한 녀자가 얼핏 눈에 띄웠던것이다. 급히 다우쳐가서 찾아보았으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성옥은 오막살이들이 다닥다닥한 언덕을 바라보았다. 흔히 꽃동네라고 부르는 곳이였다. 순간 이곳에 선아가 하숙하던 집이 있었다는것을 생각했다.

왜 진작 여기 와볼 생각을 못했을가.

성옥은 재빨리 그 집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없었다. 성옥은 길가에 서서 누구든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저녁녘이 되자 중년녀인이 하나 올라왔다. 하지만 그는 하숙집을 지나쳐갔다. 실망하여 그만 돌아서려는데 한 젊은 녀자가 나타났다. 선이 곧은 두다리가 규칙적으로 옮겨지는것을 본 성옥은 탄성을 올리였다.

《선아!》

순간 그 녀자는 돌처럼 굳어졌다. 성옥은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이때 구름장에 가리워졌던 달이 서서히 얼굴을 내밀었다. 선아의 얼굴이 달빛에 환히 드러났다.

선아는 그를 보자 몹시 당황해하는 표정이였다.

《선아, 너 어떻게 왔니?》

《고향이라고 찾아갔지만 살기 힘들어 다시 왔다.》

그가 자기를 속이고있다는것을 눈치챈 성옥은 발칵 화가 치밀었다.

《너 왜 거짓말을 하는거니?》

선아는 애써 태연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넌 뭔가 오해하는것 같구나. 내가 무엇때문에 거짓말을 하겠니. 서울 와서 아무 일자리라도 얻어보려고 다시 왔다.》

《그때문에 왔다면 왜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 난 이미 서울역에서 너를 봤다. 기다렸다. 하지만 오지 않았지. 얼마나 힘들게 예까지 왔는지 알아?》

선아는 흠칫 놀라는 기색이였다.

《솔직히 말해봐. 네가 온건 다른 리유때문이지? 그렇지 않다면 왜 나를 피하겠니, 아니라구? 그럼 리유가 뭐야. 네가 어쩌면 그럴수가…》

하지만 선아는 여전히 자기 속을 터놓으려 하지 않았다.

《성옥아, 너 왜 자꾸 그러니? 솔직히 이 주제를 하고 너를 만나기 쑥스러웠다. 넌 벌써 대단한 녀류명사가 되였다면서? 그런데 나야…》

자기를 얼려넘겨보려는 친구의 모습에 성옥은 가슴이 아프고 약이 올랐다.

《선아야, 제발 그만해라. 내가 너를 찾아온것은 다름이 아니라 동호씨문제때문이다.》

그러자 선아의 눈빛이 확 달라지는것이 느껴졌다.

《그 사람이 탈옥한것은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가 탈옥한 시각에 네가 나타났다. 그래 이걸 우연이라고 할수 있겠니?》

너무도 격동된 나머지 성옥은 제잡담하고 선아와 동호를 련결시켜버리고말았다. 그런데도 선아는 성옥의 눈길을 피하며 침묵을 지켰다. 자기의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에 성옥은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너는 지금 동호씨가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 다는 모를거다. 어디에 가든 그는 꼭 다시 체포될거야. 그럼 죽는다. 알겠니? 그에게 전해라. 아무 일도 해서는 안된다고… 그래! 여기선 안된다. 그건 수많은 생명의 죽음으로 끝나고말거다.》

그 말에 선아는 홱 고개를 돌렸다.

《뭐라구? 너 그 말을 하자고 나를 찾아온거니?》

선아의 얼굴은 대리석처럼 차겁게 번뜩이였다. 성옥은 친구의 서느러운 눈빛에 그만 아연해졌다.

《너도 잊지 않았겠지? 난 아직도 창혁오빠랑 아까운 사람들이 잘못된걸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 일이 또다시 되풀이되는것을 바라지 않아.》

《그래? 그렇다면 나도 좀 이야기할게 있다. 실은 너에 대한 말을 좀 들었댔다. 하지만 사람이 변하면 속까지 변하랴 생각했지. 그만큼 너를 믿었던거다. 너 정말 내 친구 성옥이가 맞니? 정말 섭섭하구나.》

《그럼 좋아. 지금은 더 이야기하지 말자. 그 사람에게 내가 만나잔다고 전해라.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이다.》

선아를 매섭게 쏘아보던 성옥은 한숨을 내쉬며 홱 발길을 돌리였다.

기다렸건만, 애타게 찾아왔건만 자기와 너무도 멀어진 그를 확인하였을뿐이였다.

《잘 가.》

등뒤에서 선아의 짧은 인사말이 울려왔다.

이것이 다란 말인가. 몇년전 헤여질적에도 이렇게 인사말을 나누었지. 눈물속에 울면서…

그런데 사연많은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난 우리가 어쩌면 이렇게 헤여질수 있단 말인가?

겨울밤의 달빛은 차가왔다. 마치 선아가 등뒤에 서서 자기를 향해 랭소를 보내고있는것 같았다.

《너 그 말을 하자고 나를 찾아온거니?》 하고 질책할 때 선아의 서리돋친 모습에는 분명 자신에 대한 가혹한 멸시가 있었다.

불쑥 달빛속에 한 녀자의 모습이 확대되여왔다. 방금전에 헤여진 선아의 모습이였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듯 했다.

《성옥아, 넌 어쩌면 그렇게 속까지 변할수 있니?》

난 조금도 변한것이 없다. 다만 네가 그렇게 생각할뿐이야. 그래, 난 자신을 확신한다.

언덕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얼굴에 확 들씌워졌다. 차거운 눈가루가 옷깃속에 스며들었다. 성옥은 오싹해짐을 느끼며 무엇에 쫓기우듯 걸음을 다우쳐갔다.

그래! 동호, 창혁오빠 그리고 많은 벗들앞에서 맹세했었지. 인간의 존엄과 민중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 바치겠다고…

그런데 선아는 왜 나의 진정을 의심하는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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