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1 편

제 5 장

5

 

장군님께서 공장을 다녀가신 후 온덕수는 한급 승격된 련하기계공장지배인으로 정식 임명되였으며 최수광은 겸직을 벗어놓고 완전히 행정사업을 맡아보는 부지배인으로 돌아앉았다.

온덕수의 집문을 두드리는 기척소리는 끊기울줄 몰랐다. 가까운 이웃들은 물론 공장에서 만나면 눈인사로나 통하던 사람들까지도 고우들마냥 찾아와 《어디 그 말 좀 들어봅시다.》를 하였고 이제는 외우다 외우다 머리속에 하나의 《대본》처럼 틀잡힌 그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듣고나서 온갖 격려와 축하의 말들을 쏟아놓고 돌아가군 하였다. 이제와서 온덕수의 이름은 공장울타리를 훨씬 벗어나서 아근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였다.

이 모든 주위변화를 온덕수는 놀랍게 의식했다.

자기가 무슨 까닭에 오랜 로동자들의 존경과 집집들에서 보내오는 지성을 받으면서 떠받들려야 하는지 생각해볼 사이도 없이 그는 모두가 잘 도와주고 잘 받들어줘야 하는 사람으로 되여갔다. 정녕 알수 없는 그 어떤 거대한 힘이 그를 떠받들리지 않으면 안되게끔 높이 솟구쳐올리고있는듯싶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갔다.

그만하면 올 사람은 다 왔다간것 같은데 저녁상을 물리기 바쁘게 또 누군가 온덕수의 집문을 두드렸다.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던 안해가 《예.》 하고 응답을 했을 때 마침 공장에 나가려고 갈음옷을 찾아입던 온덕수가 문을 열었다.

바깔쪽에서 얼마나 세게 문을 잡아당기는지 하마트면 몸이 통채로 끌려나갈번 하였다.

(이런 , 인사불성이라구야?!…)

짜증스레 눈길을 들었던 온덕수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군모와 옷깃은 물론 단추까지 온통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사람이 앞에 서있었던것이다. 당황한 순간에도 분명 어데선가 봤는데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순간 온덕수는 《투사동지!…》 하고 부르고는 그만 멍청해졌다. 그는 인민무력부장 최광이였다.

《그러니 당신이 이 집 주인이 옳겠다?》

《예, 제가 바로 온덕수…》

《이 사람아!》 하고 반갑게 웨치며 다가든 투사가 그를 아예 부스러뜨리려는듯 품에 꽉 껴안았다. 설겆이손을 놓고 마루에 올라섰던 안해까지도 놀라서 《에그나, 에그나!》 하면서 혀를 차며 돌아갔다.

이번에는 최광이 안사람에게로 돌아섰다.

《아주머니, 내 귀잡고 하는 절 받으시우!》

그가 정말 례를 차릴 자세로 모자를 벗어들며 다가서자 온덕수의 안해는 《아니, 이러지 마십시오.》 하고 제 먼저 마루바닥에 넙죽 머리를 박았다. 그래도 투사는 기어코 반절을 하고야말았다.

《뭐니뭐니해도 사내들 공로야 안사람들 덕택이지요. 하여간 아주머니가 남정네 하나는 잘 모셨소. 이 사람이 우리 장군님께 웃음을 드렸단 말이요. 아시겠소? 만담을 잘 외워서 드린게 아니구 일을 잘해서, 일로 기쁨을 드렸단 말이요. 허허허!》

온덕수는 눈굽이 핑해왔다.

《내 그날 전연에 나가있다보니 장군님을 모시지 못했는데 이 공장에서 그이께 큰 기쁨을 드렸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다 못 잤소. 이젠 됐소, 그분께서 웃으시였다니 내 바다를 메운것만큼이나 마음이 가득하오.》

최광은 왔던김에 집구경이나 하자며 방으로 들어갔다.

크지 않은 살림방의 모서리에 《대동강》텔레비죤이 놓여있고 서랍손잡이가 다스러진 편수책상과 이불장 두개가 재산의 전부였다. 옷장 대신 한쪽벽에 홰대보를 쳐놓았다.

《공장대학에 다닌다는 아들이 왜 보이지 않소?》

온덕수는 저으기 놀랐다. 초면부지의 로투사가 그의 래력은 물론 가정잡사까지도 환히 꿰들고있다는 느낌을 받았던것이다.

《무슨 창의고안을 한다면서 공장에 나갔는데…》

그만 돌아갈듯 문지방을 넘어섰던 최광은 집안을 다시 둘러보며 《작은 집에 큰사람이 있구나.》 하고 나직이 속삭였다.

문밖에서는 젊은 군관이 대기하고있었다.

온덕수의 차림새를 보고 투사는 혹시 공장에 나가려던것이 아닌가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최광은 지시손가락으로 군모채양을 올려붙이며 《거 참 신통하다. 내 그러지 않아도 당신을 차에 태워가려던 참인데.》라고 했다.

온덕수는 일개 촌공장의 기술자에 불과한 자기가 이름이 좀 나기 무섭게 인민무력부장의 차를 타고 공장출입을 하랴싶어 사양했지만 최광은 막무가내였다.

《우리 공장은 엎디면 코닿을뎁니다.》

《난 그런거 몰라. 당신은 내 차를 타고가야 해.》

대문밖에 따라나왔던 안해가 망녕스레 미리 꿍져가지고있던 정림이의 저녁밥까지 얼른 들려주는 바람에 온덕수는 얼굴이 활딱 붉어졌다. 난생처음 그렇듯 중요한 직책에 있는 일군의 차에, 그것도 주인보다 먼저 오르게 된 온덕수는 너무도 황송하여 머리를 들지 못하였다. 차가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해서야 그는 뒤좌석이 별로 좁아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놀랍게도 곁에 리정이 앉아있었다.

《이런, 리동무가?!》

《뭘 그리 놀라오?》 최광이 말을 건넸다. 《나하고 밤길을 동무해 왔소. 이제부턴 당신들이 먼길을 동무해야 해. 장군님께서 친히 리정연구사를 련하기계회사 사장으로 임명해주시였소.》

온덕수의 놀라움은 말할수 없이 컸다.

리정을 보니 그도 꿈속을 헤매고있는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어제 이맘때까지만 해도 리정은 대학의 측정장치연구실에서 새로 조립한 혼성집적회로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있었다. 대학당위원회에서 급히 부른다는 련락을 받고 창황중 실험수치들을 손바닥에 적어넣으면서 찾아갔다가 자기가 련하기계회사 사장으로 임명되였다는 천만뜻밖의 소식에 접하게 되였다.

내가 사장이라니, 이럴수도 있는가?…

연구사인 내가 그것도 다름아닌 련하기계의 과학연구사업과 경영활동을 책임진 일군이 되다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였다.

리정은 장군님께서 그 전날에 봉화기계공장을 현지지도하시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텔레비죤과 방송은 물론 신문에도 실리지 않은 조용한 현지지도였다. 대학당위원회 책임비서는 말하였다.

《…동무가 연구사업을 끝내고 대학에 돌아갔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장군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그래도 련하기계를 보니 마치 동무를 만나본것 같다고 뜻깊게 말씀하시였소. 그러시면서 지금까지 련하기계회사를 공장일군들이 겸직하여 맡아보았는데 이제는 진짜주인을 보내줄 때가 된것 같다고 하시면서 친히 동무의 이름을 불러주시였소. 축하하오, 사장동무! 동무는 비록 다른 사람들처럼 장군님의 가까이에는 서있지 못하였지만 그이의 마음속에 가장 가까이 자리를 잡은 행운아요.》

그때 리정은 아득히 흘러가버린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생각하였다. 해솟는 아침 등교길에 나섰던 그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해님은 왜 저렇게 높은 곳에 떠있나요?》

《그건 이 세상 모든것이 해님을 그리워하기때문이란다.》

《응, 이젠 알겠어요. 해님이 내 키만큼 낮추 떠있으면 다른 곳에서는 볼수 없어요. 그래서 멀리 떠있어요. 맞지요?》…

어느새 공장정문을 가까이한 승용차의 다급한 경적소리가 상념에 잠겨있던 리정을 흔들어깨웠다. 큼직한 차번호를 보고 놀란 경비원이 달려오다가 차에서 내려서는 온덕수를 보자 눈이 떼꾼해졌다. 거기서 리정과 온덕수는 최광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온덕수가 먼저 점잖게 정문앞을 지나갔다.

그 자세가 마치 《아무렴, 임자네들이 숱한 차들을 세워놓고 나가라 들어가라 호르래기를 불수는 있어도 나처럼 투사의 승용차에야 감히 앉아볼텐가, 어림도 없지!》 하고 시위하는듯싶었다.

공장구내에 꾸려진 소공원의 갈색곰이 손풍금을 타고있는 조각상앞에서 그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온덕수는 생각했다.

(이 사람 얼굴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속내를 알수 없거던.)

《여보 리동무, 제발 그러지 말고 진심으로 말해보구려. 지금 당신이 기뻐하는거요 아니면 슬퍼하는거요? 이러니까 당신을 보구 사람들이 모두 교만하고 뻔뻔하대.》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지어내고 온덕수는 후회했다.

리정의 눈가에 뭔가 핑그르르 고여오르는것을 보았던것이다.

《나도 인간입니다. 그이를 한번만이라도 몸가까이 모시고싶어하는 과학자란 말입니다. 그렇지만 지배인동무! 자, 오늘은 기꺼이 나를 축하해주시오.》

온덕수는 자기가 잘못 듣지 않았는가 해서 리정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분명하게 웃고있었다.

《난 오늘 정말 기쁩니다. 기계를 보니 사람을 보는것 같다고… 그 말씀 한마디가 내 이 가슴을 다 녹여주었단 말입니다. 우리 잘해봅시다, 지배인동무!》 하고 리정이 온덕수의 손을 꽉 틀어잡았다.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손이였다.

온덕수는 리정의 손을 덧잡으며 면구스레 말했다.

《이거 당신한테서까지 지배인소리를 듣자니 별나구려.》

《별나다니요? 그런걸 따지자면야 하루아침에 사장소리를 듣는 나한테 비하겠습니까. 함께 익숙합시다, 지배인동무.》

그리고는 마주보며 웃었다. 온덕수가 안주머니를 조심히 더듬더니 흰종이에 돌돌 말아가지고있던것을 꺼내놓았다.

《이건 뭡니까?》

《담배요.》

《담배요?》

장군님께서 주신 담배요.》

자름자름한 주름이 접힌 종이장우에 놓여있는 두대의 담배를 리정은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담배를 한가치씩 나누어들었다. 불꼬리가 휘늘어지도록 걸탐스럽게 빨아 들이켰다가는 길게 내불었다. 서느러운 봄밤이였다. 하늘에서는 어머니의 얼굴같이 부드러운 달이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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